'답안지만 확대하면 끝?'…시력 장애 수험생들 분통 중앙인사위, 문제지는 그대로 답안지만 확대…점자도 없어 오는 8월 9일 실시되는 7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에 황당한 풍경이 예상된다. 저시력 장애를 가진 수험생들이 확대된 OMR답안지를 처음으로 제공받게 되나 정작 문제지는 그대로 받게 되기 때문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 7월 20일자로 보도자료를 내어 "7급 공채시험부터 저시력 시각장애나 지체장애를 가진 수험생의 시험 응시부담이 크게 완화된다"며 "뇌병변장애인에 한해 제공하던 특수답안지를 저시력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특수답안지는 통상의 OMR 답안지를 2배 크기로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손떨림으로 답안 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뇌병변장애인에 한해 지급됐지만, 이번부터 지체장애인 또는 두 눈의 교정시력이 0.04이상 0.3미만인 시각장애인에게도 지급되는 것. 하지만 저시력인을 비롯한 시각장애인 수험생을 위한 문제지 제공은 전혀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저시력장애인에게는 확대된 문제지가 필요하고, 전맹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문제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는 시험편의다. 하지만 이미 대입수학능력시험, 지방공무원시험, 교원 임용고사 등에서 도입하고 있는 시험시간 연장 등은 고사하고 문제지에 대한 시험편의 계획마저 없어 중앙인사위원회가 밝힌 OMR답안지 확대 조치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비롯한 7개 장애인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이 나라 최고 국가기관인 중앙인사위원회가 누가 보더라도 생색내기에 급급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한 그 숨은 동기와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게다가 저시력 시각장애 수험생에게 제공되는 특수답안지라는 것이 고작 OMR카드를 두 배 확대한 것이라는 대목에선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도외시한 전시 행정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시각장애 수험생을 위한 적절한 형태의 문제지 제공 및 시험시간 연장 등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는 시각장애인의 공무담임권 및 직업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는 명백한 장애인차별 행위"라며 "이처럼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명약관화한 진실을 외면하고 책임 회피에만 골몰하는 중앙인사위원회의 과도한 전시행정에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번 7급 공채시험부터 시각장애인이 실질적으로 국가직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점자 및 확대 문제지 제공, 시험시간 연장 등 관련 제도를 수립해 시행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의 공무담임권 및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중앙인사위원회 인재채용과 관계자는 "저시력 장애인에게 확대 답안지를 제공하는 것을 우리 과의 업무이나 문제지는 우리 소관이 아니며, 문제지를 담당하는 과가 따로 있다"면서 "위원회 내부에서 종합적인 장애인 시험편의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어 조율이 되지 못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편 올해 7급 공채시험에서 모집하는 장애인은 44명이며, 1천463명이 응시해 평균 경쟁률은 33.2대 1을 보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