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밖에서는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날씨다. 올여름, 건강을 위협하는 온열질환과 여름철 발생할 수 있는 만성질환 악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곧 다가올 8월은 응급실 이용 환자가 가장 많은 달이다.
혈압 환자나 당뇨 환자 같은 만성질환자는 폭염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건강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온열질환뿐만 아니라 여름 휴가가 몰리는 8월에는 여행 중 외상을 입는 환자도 급증하기 때문에 안전 관리 역시 중요하다.
■10년간 응급실 이용 분석… "8월이 가장 위험한 달"
24일 분당제생병원 응급의료센터가 최근 10년간(2014~2023년) 국립중앙의료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응급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달은 8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응급실 내원 환자는 약 498만1807명에 달했다.
9월(493만5435명)과 5월(490만9706명)도 많았지만, 한여름 더위의 정점인 8월에는 미치지 못했다.
분당제생병원 김영식 응급의학과장은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는 한여름에는 일사병·열사병·급성장염·탈수 등 온열 관련 질환이 급증한다"며 "방학과 휴가철로 가족 단위 이동이 많아지면서 교통사고나 골절 같은 외상성 사고도 증가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면서 40도 이상의 고열, 의식 저하, 혼수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응급 질환이다. 반면 일사병은 탈수로 인해 발생하며 어지러움, 구토, 실신 등이 주요 증상이다. 또 열사병이 의심되면 지체 없이 체온을 낮추고 119를 불러야 한다.
응급실을 찾지 않더라도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 수칙은 중요하다. △수시로 수분 섭취 △낮 12시~오후 5시 야외활동 자제 △밝고 통풍이 잘되는 옷 착용 및 그늘 활용 등이다.
■ "만성질환자, 더위에 치명… 합병증 위험↑"
문제는 이 같은 무더위가 고혈압·당뇨병·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에게는 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H+양지병원 내분비내과 이해리 전문의는 "폭염 시 체온 상승과 탈수가 혈압과 혈당을 급격히 변화시켜 합병증 위험을 크게 높인다"고 경고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고온 환경에서는 혈관 이완과 수축이 반복되면서 혈압이 불안정해지고, 심장 박동수가 늘어나 심장에 부담을 준다. 체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심장의 분당 혈류량이 약 3L 증가해 심혈관 질환 악화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당뇨병 환자는 탈수로 인해 혈액 농도가 높아지면서 혈당이 급등하거나 급강하할 수 있다. 이는 고혈당 또는 저혈당 쇼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여름철 식욕 저하로 끼니를 거를 경우 더욱 위험하다. 특히 자율신경계 합병증이 있는 당뇨 환자는 체온 조절이 어려워 열사병 위험이 더 크다.
심뇌혈관질환자나 신장질환자 역시 폭염 시 체액이 급감하면 혈압 저하를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심장 부담이 가중되고, 수분을 한꺼번에 섭취할 경우 부종·어지럼증·저나트륨혈증 등 2차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여름철 만성질환자의 건강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식사, 체온 관리다.
전문가들은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하루 2L 이상 수분을 나눠서 마시고, 이온음료는 당 함량을 고려해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카페인·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유발하므로 되도록 피하고, 오이·레몬·민트를 넣은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에어컨 사용 시 적정 온도는 26도이며 무리한 운동은 피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정도로 활동량을 조절해야 한다. 결국 여름철 건강 위협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평소엔 건강해 보여도 위험에 더 취약한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다. 이들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거나 '기력 저하' 정도로 인식해 조기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온열질환이나 합병증 증상이 있다면 참지 말고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