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 전 1급 시각 장애인이신 저희 어머니께서 다른 기관이나 단체도 아닌 바로 충북 영동의 시각장애인협회에서 너무나 속상한 일을 겪으셔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저희 어머니께서는 마흔 무렵부터 차츰 시각을 잃어가셨지만, 그 이전에는 시력에 전혀 문제가 없으셨습니다.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사시던 분이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시력이 급격히 악화되어 현재는 가끔 사물의 윤곽만을 어슴프레 겨우 확인하시는 정도입니다.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책을 읽는 일이나, 영화를 보러 가신 일은 벌써 15년이나 훌쩍 지난 일인듯 합니다.
그러던 어머니가 어느날 활기있게 웃으시면서 막내딸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앞으로 6개월 후에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시겠다는 겁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컴퓨터의 모니터에 눈을 두고 직접 글을 읽지 않아도 음성으로 모든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다고 전하시며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그동안 다른 모녀지간과는 달리 주변 사람의 도움없이는 딸아이와 문자 한번을 제대로 주고 받지 못해 많이 서운하셨는데 이제는 이메일을 쓰겠다고 하십니다. 저도 덩달아 참 기뻤습니다.
충북 영동의 시각장애인협회에서는 시각이 불편하신 많은 분들을 위하여 무료 강습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강습을 위한 무료 차량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설레는 마음으로 강습을 열심히 들으셨는데, 어느날 영동의 시각장애인협회 회장이란 분이 강습 후 어머니를 따로 만나자고 하셨고, 그 분의 방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셨다고 합니다. 그 회장님이란 분은 책상 앞 의자에 앉으셨고, 어머니는 방석도 없는 맨 방바닥에 앉으셨는데 그 분 말씀이, 어머니가 시각장애인인 것은 죄가 많아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저희 어머니는 시각장애로 인해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죄가 많아 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고 또박또박 분명히 본인의 의견을 말씀하시곤 그 자리를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 다음 강습일, 1급 장애인이신 저희 어머니는 차가 휭휭 지나가는 도로변에서 오지도 않는 강습 차량을 마냥 기다리셨고, 한참 후 연락하여 보니 사전 공지도 없이 갑자기 어머니가 살고계신 누교리에는 차량을 운행하지 않겠다는 싸늘한 답변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후 어머니는 관할인 영동 군청에서 협회 회장으로부터 이런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해명을 요구하셨으나, 담당 공무원 분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 이 충북 영동군의 시각장애자협회의 회장이란 분은 어머니의 강습 시간에 도중 소리를 지르며 강습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도대체 누가 본인에게 해명을 요구하냐며 언성을 잔뜩 높이셨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어머니는 수업을 마저 마친 후 그 분과 이야기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처음 강습을 시작하기 전, 이 차량 운영을 맡고있는 장애인 심부름 센터에서 모든 차량은 국비 지원으로 운영되므로 무료로 차량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으셨으나, 자동차의 기사분은 어머니의 집이 멀다는 이유로 추후 얼마 안되지만 별도의 요금을 요구하였고, 어머니는 아무 말씀없이 다만 그래도 와주셔서 고맙다는 마음에 그 요금을 지불하셨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 협회의 회장은 어머니가 사시는 그 동네만 다시는 차량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런 부당한 처우에 너무나 속상합니다.
누구를 위한 협회의 회장이며, 심부름 센터의 지사장이며, 군청의 직원입니까.
저희 어머니는 시각 장애를 가지셨음에도 늘 자립적이려 노력하시는 분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본인의 불편함으로 누를 끼치려 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제가 더더욱 속이 상했던 것은, 장애협회에서 늘 장애인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함께 생활하실 줄 알았던 그 분들이 이 작은 사회 안에서 이처럼 부조리하며 공평하지 않은 일들을 벌이며 장애자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